C i n e m A g o r a . c o m

  • 지역로그
  • 태그
  • 방명록

영화상 시상식, 차라리 영진위가 하라!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02 11: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을 보면서 또 한번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상식이 재미가 없다. 영화인들의 축제라지만, 방송국의 '생색내기용' 연말 이벤트에 더 가까워 보이는 이 뻘쭘한 행사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그러므로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술상 부문의 시상 대목에선 대리 수상이 너무 잦아 보는 이까지 낯이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영화인들이, 특히 현장의 스탭들이 이 행사를 감독과 배우들만을 위한 대 언론 퍼포먼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행사의 미숙한 진행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따로 거론하기도 입 아픈 일이고, 명색이 한 해 동안의 한국영화계를 정리하는 이 자리는, 후보작 선정부터 대중 상업영화만을 위한 잔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꽤 괜찮은 평가를 얻었으나 흥행에서는 참패한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는 아예 후보작 대열에도 끼지 못했다. <삼거리 극장>이나 <숨> <죽어도 해피엔딩>과 같은 저예산 수작들도 외면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 같은 영화는 또 어떤가.
출품이 안돼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겠지만, 왜 이런 영화들이 영화상 시상식을 남의 집 잔치로 생각하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방송국 이벤트라는 한계 때문에, 시상 결과 역시 흥행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영화인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룡영화상의 경우엔, 이미 시장에서 최고 흥행을 세운 걸 만인이 알고 있는 작품에게 굳이  '최다 관객상'을 건네며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준다.  

시상 결과 역시, 나눠 먹기나 안배의 흔적이 엿보인다. <밀양>이 출품을 거부한 지난 달의 청룡영화상의 경우,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에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몰아준 바 있다. 거꾸로 <밀양>이 4개의 상을 싹쓸이한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우아한 세계>는 단 한개 부문(남우주연상)의 후보에 올랐을 뿐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시상식마다 심사 기준이나 심사위원들의 성향이 다른 결과라는 걸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저 시상식에서 걸작이 이 시상식에선 범작 취급을 받는 걸 보면서, 시상식의 권위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마디로, 한국에서 영화상 시상식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영화인협회가 주최하는 대종상이 고질적인 공정성 시비로 제일 먼저 권위 추락을 자초했고, 배우들 패션쇼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한 청룡영화상이나 용감하게도 '대한민국'을 자처한 MBC 영화대상도 영화계 안팎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 영화상 모두 권위와 품격은 일찌감치 엿 바꿔 먹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겉모양만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접 나서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의 영화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지금까지 제기된 영화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소하고, 대중 상업영화부터 저예산 독립영화까지 한국영화계 전반을 아우르며 제대로 된 권위의 영화상을 만들만한 주체는, 지금으로선 공적 성격의 영화계 대의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영진위가 영화상 시상식의 후원을 맡는데 만족한 채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계 잔치를 방송국과 신문사가 대신 하고 있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TAG 영화상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트랙백 주소 :: http://www.behindboxoffice.net/trackback/195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이전페이지 1 ... 5 6 7 8 9 10 11 12 13 ... 189 다음페이지 ▶

블로그 이미지
영화저널리스트 최광희의 까칠한 영화 이야기. 사는 이야기. 칭찬과 험담. cinemAgora
  • 팀 블로그를 오픈했습니다.
  • 문패를 바꿔 달았습니다
  • 블로그 정책
  • 관리자
  • 글쓰기

카테고리

전체 (189)
박스오피스 헤집기 (43)
휘뚜루마뚜루 영화리뷰 (55)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65)
책 읽다 밑줄 좌악 (15)
디카 치카 (11)

태그목록

  • 두 얼굴의 여친
  •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 캐리비안의 해적 3
  • 장진
  • 사진
  • 인구
  • 1번가의 기적
  • 꽃잎
  • 오만과 편견
  • 홍대앞
  • 케빈 스미스
  • 상빼쩨르부르그
  • 영상통화 완전정복
  • 스릴러
  • 광
  • 평점
  • 2006년 결산
  • 익스플로이테이션영화
  • 미디어몹
  • 관객수
  • 신자유주의
  • 문화
  • 쿠엔틴 타란티노
  • 상사부일체
  • 송강호
  • 멜로영화
  • 달콤 살벌한 연인
  • 사는 이야기
  • 버지니아공대
  • 임상수

최근에 올라온 글

  • 블로그를 이사했습니다..
  • 블로그를 한다는 것. (1)
  • <싸움> 쌈박질 연애시대. (6)
  • 영화가 영화로 대접 받기...
  • 알코올 의존증에 대하여. (2)
  • <어거스트 러쉬> 음악이 구...
  • 씨네 파파라치 녹화 현장의...
  • 프리랜스로 산다는 것. (4)
  • 영화상 시상식, 차라리 영...
  • 도쿄 타워.

최근에 달린 댓글

  • 부업 돈벌기 이 부업을 하시... 이성순 11/19
  • <!DOCTYPE HTML PUBLIC "-//W3... 이성순 11/12
  • <!DOCTYPE HTML PUBLIC "-//W3... 이성순 11/11
  • <!DOCTYPE HTML PUBLIC "-//W3... 이성순 11/09
  • <!DOCTYPE HTML PUBLIC "-//W3... 박갑생 10/20

최근에 받은 트랙백

  • 2007년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v e r . b e t a 2007
  • 비 오는 날 두번째 사랑... 내맘대로 다섯 2007

글 보관함

  • 2007/12 (10)
  • 2007/11 (16)
  • 2007/10 (24)
  • 2007/09 (12)
  • 2007/08 (14)

달력

«   2008/1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링크

  • 3M흥업.
  • FILM2.0.
  • 그래픽 언리미티드.
  • 일본으로 가는길.
  • Total : 87569
  • Today : 18
  • Yesterday : 143
Tattertools
Tattertools
rss

지역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1.1.2.2 : Animato / Designed by plyfl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