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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07/12/13 블로그를 이사했습니다.
  2. 2007/12/08 블로그를 한다는 것 (1)
  3. 2007/12/07 <싸움> 쌈박질 연애시대 (6)
  4. 2007/12/06 영화가 영화로 대접 받기 위하여
  5. 2007/12/06 알코올 의존증에 대하여 (2)
  6. 2007/12/03 <어거스트 러쉬> 음악이 구원한 가족 신파
  7. 2007/12/03 씨네 파파라치 녹화 현장의 엽기 행각
  8. 2007/12/03 프리랜스로 산다는 것 (4)
  9. 2007/12/02 영화상 시상식, 차라리 영진위가 하라!
  10. 2007/12/02 도쿄 타워

블로그를 이사했습니다.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13 23:49
며칠동안 이 블로그가 차단돼 있었습니다. 아마도 관련 서버에 이상이 생긴 것 때문인 듯 합니다. 사실 이 블로그의 호스팅을 제 전 직장인 FILM2.0이 해주고 있었습니다. 회사도 관뒀는데 계속 전세 살고 있었던 셈이죠.^^

어쨌든 언젠가 이사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장기 접속 불가 사태(?)를 계기로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이사했습니다.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 블로그를 구독하고 계시거나 즐겨찾기 해두신 분들께 수고로움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만 새 주소로도 자주 왕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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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한다는 것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08 15:40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외부의 압력 때문이었다. FILM2.0 온라인 편집장 시절, 회사는 몇 명의 간부 사원들에게 각자의 블로그 오픈을 지시했다. 경쟁 매체들이 블로그를 통한 커뮤니티 활성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회사 이름만 미디어2.0이지 기실 2.0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더디게 반응해 왔던 회사로서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불안감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블로그란 게 네티즌들의 나르시시즘적 욕망을 해소해주기 위한, IT 자본의 상업적 전술의 일환이라고 믿었기에, 나조차 블로거로 나선다는 게 영 못마땅했다. 지난해 말 'behind boxoffice'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오픈시켜 놓고,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했다.  FILM2.0이라는 영화 전문 매체와는 다른 방법론이 필요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나 어떤 것이 블로그적 글쓰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 않을 때는 미처 몰랐던 블로그의 매력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 공간이 방문자들과의 더욱 친밀하고도 유연한 소통과 토론의 장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순간부터였다. 방문자들의 애정어린 댓글과 관심어린 제언들은 내게 자연스레 블로그적 글쓰기의 방향성을 일깨웠다. 어렴풋하게나마, 나는 블로그가 팩트와 정보보다는 이슈와 관점의 매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므로 블로그 글쓰기는 세상의 제반 현상을 나의 세계관으로 걸러낸 지극히 주관적인, 그러나 타당성 있는 관점을 밀어 붙일 수 있어야 한다. 독특하고도 개성 넘치는, 그러나 설득력 있는 관점들이 하나의 거대한 강물을 형성했을 때, 비로소 객관적인 아젠다가 만들어진다. 모래알이 언덕을 만드는 것과도 같은 블로그 저널리즘의 형성 과정인 것이다.

김경찬 피디, 그리고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와 의기투합해 팀 블로그 3M흥업을 오픈하고, 다음 블로거 뉴스에 참여하면서 블로그가 기존 매체를 압도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 팀블로그를 오픈한 지 6개월이 조금 지난 지금, 누적 방문자수 400만 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세상에! 일개 블로그에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이 방문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소수 미디어가 올드 미디어를 능가하는 대중 흡입력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한 발견이었다.

허나 여전히 장벽은 남아 있다. 블로그를 아마추어리즘의 범주 안에 묶어 놓고 개별 블로그의 브랜드화를 애써 폄훼하려는 시각들 말이다. 여전히 메타 블로그나 포털 편집자들의 간택에 의존해야만 트래픽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불안정성도 한계라면 한계다. 네이버가 전략적으로 오픈한 블로그 '이동진 닷컴'처럼 안정적인 트래픽을 보장 받으며 미디어적 영향력을 확보해낼 수 있느냐가, 3M흥업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라 하겠다.
 
내가 만약 블로그에 인터뷰 글을 쓰겠다며 유명 영화 감독이나 배우를 섭외하면 영화 마케터들은 콧방구도 안 뀔 게 분명하다. 네이버의 든든한 재정적, 트래픽 백업을 받고 있는 '이동진 닷컴'이라면 또 모를까. 이동진 선배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3M흥업도 그에 못지 않은 차별적 퀄리티를 지녔다고 감히 자부하고 싶다. 그러나 처음부터 상품성을 인정 받아 낙점되는 길이 아닌 개척의 길을 택한(나는 이 개척의 과정이 진짜 블로그적인 성장 모델이라고 믿는다) 우리로선 더 다양하고 풍부한 컨텐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할 때 슬쩍 답답증이 몰려 온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우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 겉모습만 블로그이지 알맹이는 기존 미디어의 방식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블로그 특유의 접근 방식으로 기존 매체의 지리멸렬함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대안적 미디어의 길을 끊임 없이 모색할 작정이다. 잘 될른지 모르겠으나 블로거로 참여한 지 1년이 되어 가는 지금, 희미하게나마 그 희망이 보인다.

TAG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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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라리아 2007/12/09 0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극복하시리라 믿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까.

<싸움> 쌈박질 연애시대

휘뚜루마뚜루 영화리뷰 2007/12/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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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이야 칼로 물배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이혼 커플은 칼로 물만 배지 않는다. 진짜 서로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더 이상 부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피트와 졸리처럼, 그들 역시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상민(설경구)과 공예 미술가 진아(김태희)는 방금 이혼했다. 요즘 젊디 젊은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니 나름 현실성 있는 설정이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 상민은 결벽증이 심하고, 진아는 자존심이 무한수열이다.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그 정도 성격 차이 하나 극복 못하고 틈만 나면 티격태격이다. 헤어지고서도 싸울 건더기를 찾아내고 싸우고 또 싸운다. 급기야 목숨을 담보로 한 자동차 추격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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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짐작하신대로,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다. 홍보 마케터는 그 앞에 '하드보일드'라는 말을 추가했지만, 나는 그 말 대신 '오버 액션'이라는 말을 쓰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오버 액션 로맨틱 코미디. 나쁜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다.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와 설정 모두 오버 액션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게 큰 오점은 아니니까. 처음엔 살짝 적응이 안되더라도, 영화를 30분 정도 보고 있으면, 관객에 따라선 악쓰고 때리고 쫓고 도망치는, 사도 마조히즘적 이혼 부부의 사활을 건 결투를 나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TV 드라마 <연애 시대>로 주가를 올린 바 있는 한지승 감독은 이혼 커플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영화라는 매체적 특성에 걸맞게 조금 더 극단적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처럼 보인다. 설정 자체의 독창성엔, 그러므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겠다. 게다가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별과 다툼, 그리고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의 비약이 일반적인 허용치 이상이다(물론 등장인물들이 아직 어른이 안된 애들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럴거면 차라리 액션 누아르를 넘어 SF로 가버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비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는 것이 끝내 발목을 잡는다. 그러니 영화는 관객의 넓은 아량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여보시게들, 이건 영화야. 게다가 김태희의 저 사랑스러운 악쓰기가 키포인트라고! 김태희의 저런 표정, CF에서도 못본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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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를 이해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내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고결하며 착하디 착한 메시지에 도달하기 위해 그 난리 부르스 액션 누아르를 통과해야 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김 새는 일이다. 그 똑똑한 친구들이 왜 그 무식한 짓거리를 한 뒤에야 그 지당한 이치를 깨닫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설경구와 김태희가 치고 박고 싸우는 볼거리(그렇다. 이건 볼거리다. 한지승 감독도 둘의 싸움을 은근한 관음증적 시선으로 바라볼 관객을 위해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다)를 위해 비약이나 과장 쯤은 용서할 수밖에. 어차피 오버 액션 코미디다. 좀 있으면 세상이 오버 액션하는 크리스마스 아닌가.
<싸움>은 상민과 진아가 벌여온 수 많은 다툼과 화해의 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어느 넓은 쇼핑몰 광장에서 '그러게 왜 헤어지자고 한거야!' "내가 언제 그랬어!' 악을 쓰던 둘은 결국 눈물의 포옹을 한다. 그러자 길 가던 사람들이 둘을 둘러싼다. 박수가 쏟아지고 누군가는 그들을 디카로 찍는다(왜 찍을까? 당신도 길거리에서 싸우다 화해하는 커플 보면 디카로 찍으시나?).

예컨대 이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미국 로맨틱 코미디에서 흔히 써먹는(그것도 예전에 쓰고 요즘엔 거의 폐기처분한)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감독은 두 사람의 캐릭터 묘사를 위해 배경을 대충 처리해 버리는데, 오히려 이 지점에서 배경의 반전을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두 사람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재치 어린 관점을 관객에게 슬쩍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나이대가 다른 두 쌍의 행인이 쓰윽 지나가면서 이런 말을 던지게 했을 것이다. 중년 커플, "꼴값떨고 있네, 요즘 것들은 연애도 참 지랄나게 해." 젊은 여성 두명, "어머, 쟤들 지대로 재수다~" 그리고 오프닝 타이틀이 뜬다. 이제부터 우리는 앞선 두 행인의 냉소적 관점을 슬쩍 차용한 상태에서 '꼴값 떠는 지대로 재수 커플의 지랄 액션 어드벤처'를 '쟤들 왜 저럴까?'라는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TAG 김태희, 설경구, 싸움, 한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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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갑생 2008/09/09 1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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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박갑생 2008/09/19 1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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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박갑생 2008/10/09 0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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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박갑생 2008/10/09 0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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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박갑생 2008/10/20 0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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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성순 2008/11/19 0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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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

영화가 영화로 대접 받기 위하여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06 22:17
 
2007년 영화계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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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군데서 섭외 전화가 걸려 온다. 2007년 영화계를 결산해 달라는 방송 프로그램들의 인터뷰 요청들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얘기들이지만 올해만큼은 부쩍 ‘부진’이니 ‘위기’니 하는 단어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 충무로의 체감 경기를 언론이 실감할 만큼, 현상적인 지표들이 심각해 졌다는 반증이다. 예전엔 그냥 좀 들었다고 말할 수준인 200만 명 돌파 영화가 가물에 콩 나듯 나오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실감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위기의 원인 분석에 대해선 여전히 수박 겉 핥기에 머물고 있어 답답하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런 질문이 날아 왔다. “한국영화들이 요즘 시장에서 잘 안 통한다는 것은, 관객들이 그만큼 똑똑해졌다는 의미이겠죠?” 나는 약간 심사가 뒤틀린 끝에 이렇게 내뱉었다. “그거 설명하려면 굉장히 긴데요. 일단 현상적으로는 이래요. 관객들이 똑똑해진 게 아니라 영화가 멍청해진 거라고 보는 게 맞아요. 영화가 멍청해지니 관객들도 따라서 멍청해지고, 또 그 멍청한 수준에 맞추다 보니 영화가 더 멍청해지는 일종의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죠.” 그랬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의 피디는 “방송에 쓰긴 좀 거친 표현”이라며 “점잖은 어투로 다시 말씀해주시면 안될까요?” 한다. 나도 점잖게 말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충무로의 상황이 ‘에헴’ 하고 있기에 하도 답답해서 그랬다.

창의력 부족? 그걸 누가 모르나!

한국영화 위기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관객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충무로의 창의력 부족’이라는 분석은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왔다. 충무로가 예전만큼 똘똘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충무로가 언제 그렇게 똑똑했었나? 그런 결론은, 너무 편리하다.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추론이다. 명색이 언론이라면 이면의 구조를 살펴야 하는데, 한국의 주류 언론은 구조와 맥락을 살피는 데는 그다지 부지런하지 않다. 들여다 보면 골치 아프고, 독자와 시청자 역시 골치 아플 게 뻔하니,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참신하고 새로운 영화가 절실하다고 짐짓 정색하고 끝내면 세련되고 깔끔해 보이는 줄 안다. 그런데 그걸 누가 모르나?

사실상,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의 불황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극장 수익에만 편중된 왜곡된 수익구조와 스크린 독과점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데서 야기됐다고 믿는다. 주지하다시피, 부가 판권 시장은 사실상 고사 직전이다. 이제 와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외양간을 고치기에 너무 오래 전에 소를 잃어 버렸다. 해외 시장도 1~2년전까지 한류 현상에 힘입어 반짝했을 뿐 기대만큼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내수 시장, 그것도 극장 뿐이다. 좁은 방안에 쥐를 가둬 놓듯, 얼마 안 되는 스크린을 놓고 한 주에도 십 수 편의 영화들이 경쟁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독과점 상황이 벌어졌다. 스크린 싹쓸이를 통해서라도 단숨에 많은 관객을 동원하려는 대형 배급사들과 극장들의 이해 관계가 일치했고, 그러다 보니 흥행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 극소수의 ‘되는 영화’와 대부분의 ‘망하는 영화’로 양분된 것이다. 영화 시장 역시 2대 8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험악한 정글이 됐고, 2006년과 2007년을 거치며 그 정글 법칙은 더욱 고착화됐다.

양극화 환경은 개별 영화의 실패 확률을 그만큼 높이게 된다. 위험도가 올라가니 무리수를 둔 마케팅이 횡행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영화의 컨셉트와 필수적인 정보마저 가려 버리고, ‘일단 동원하고 보자’ 식의 막가파식 홍보는 ‘낚시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설령 관객들의 배신감을 야기할지라도 치고 빠졌으면 그만이라는 무의식이 작동한 결과다. 관객들은 ‘낚였다’고 한탄하고, 인터넷 영화 평점은 마케팅 방법론에 대한 성토장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적지 않은 관객들은 돈 아끼고 시간 아끼기 위해 왠만하면 불법 다운로드라는 안전 장치를 활용하자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이통사 할인도 대폭 축소됐는데 일부러 극장까지 갈 수고를 감수할 만한 화끈한 영화가 별로 자주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니 부가 판권 시장은 물론, 최후의 안전지대였던 극장마저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투자 배급사와 제작사들은 물론, 최근엔 극장들마저 가파른 수익률 저하로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영화 시장의 악순환 시스템을 두고 본 대가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양극화 환경, '죽이는 컨셉트' 발명에 사활을 걸고

이런 구조에서 기획 영화나 대중 상업영화들이 취할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어떻게 해서든 관객들의 호기심을 일거에 가로챌 ‘죽이는’ 컨셉트를 발명하는 일에 사활을 걸게 된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나 영화적 완성도는 차후의 문제가 된다. 2년 넘게 시나리오 개발하는 시간이면 차라리 팔릴만한 이야기를 싼 값에 수입하는 게 낫다는 계산에 따라 리메이크작들이 범람한다. 너도 나도 요즘 잘 나간다는 일본 원작들을 사들이기 바쁘다. 그나마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승부를 거는 영화들은 이르면 투자 단계에서, 늦으면 배급 단계에서 ‘흥행성 없음’이라는 주홍글씨를 받고 나자빠진다. 도대체 창의력을 발휘할 멍석이 깔리질 않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충무로에 ‘창의력을 좀 발휘해봐’라고 질타하는 것은 마리 앙투아네트적 발상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난 2006년 여름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한창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을 때, 극장들이야 그렇다 쳐도 영화진흥위원회와 일부 제작자들, 배급사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시장 논리’를 근거로 독과점 규제론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스크린 쿼터 제도도 벌써 폐기 처분했어야 옳았지만, 신기하게도 거기서만큼은 ‘영화는 상품이기 전에 문화’라는 논리를 들이댔다.  ‘시장 논리’라는 게 코게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닌데도 말이다. 스스로도 그 논리적 모순을 모르지 않았던 영화 시장의 기득권자들은 스크린 독과점이 시장 논리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문제가 없지 않으므로 영화계 주체들의 ‘자율적 조절 기능’에 맡기는 게 좋다고 슬쩍 비껴 갔다. 이런 논리는 결국 이 문제를 좀더 강력한 제도적 장치로 개선해보겠다는 강경론자들의 입을 막기 위함이었고, 결과적으로 자율 조절론은 힘을 얻었다.

연초 차승재 제작가 협회장은 제작자들 스스로 과도한 스크린을 잡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율 조절론의 실천적 제스처였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아니 필연적으로 그 약속이 지켜질 리 없었다. 지난 여름 <디 워>가 6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싹쓸이 했고, <화려한 휴가> 역시 한 주 앞서 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독식했다. 한국영화의 부진 앞에 일단 스크린 독과점 논쟁을 접어둔 언론들은 한국영화의 부활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영화가 국가주의나 애국주의와 만나는 순간에는 그 어떤 문제 제기도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거하는 사이, 스크린 독과점과 영화 시장의 자본 악순환 구조를 타개할 정책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영화평과 상품후기가 다르지 않은 시대,
영화가 다시 문화가 되기 위해선

이제, 시장 논리와 영화인들의 자율적 조정력이 야기한 2007년의 영화 시장을 돌아 보자. 제작자든 투자자든 참혹한 상처를 입으며 패퇴하고 있다. 허리 끈을 더 바짝 졸라 맬테니 제발 투자해달라는 제작자들의 읍소가 처연하게 들릴 정도다. 심지어 투자-제작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홀로 승승장구해오던 상영업마저 장사가 안 된다며 아우성이고 관객들은 볼 영화가 없다고 지청구다.

폐허와도 같았던 2007년을 보내는 즈음에, 영화 시장의 주체들은 한가지 중요한 명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서비스 상품이기 전에 관객들의 정서를 파고 드는 예술이며 동시대의 시민들이 그 정서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매체이다. 그것이 연간 매출액 1조 원에도 못 미치는 이 작은 시장에 그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쏟고 정부조차 따로 진흥 기관을 두는 이유이다. 그것이 노골적인 광고 목적에도 불구하고, 배우나 감독들이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화 홍보를 늘어놓더라도 눈감아주는 이유이다. 유리할 때만 그런 암묵적인 합의를 십분 활용하면서도, 정작 돈을 버는 순간에는 ‘영화는 상품이며 고로 시장 논리에 의해 지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모순이며, 고로 자가 당착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 그 순간이다.

이제 관객들조차 더 이상 영화를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돈 냈으니 낸 돈만큼 보여달라고, 그러지 않으면 평점 권력을 동원해 처절한 복수와 응징을 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는 시대다. 영화평과 화장품 사용 후기가 다르지 않은 시대다. 영화를 복권시키는 길은, 영화가 영화로서 대접받는 ‘구조’를 세우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영화인들 스스로 영화의 정체를 다시 아로새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2월 6일자 컬처뉴스(www.culturenews.net)에 기고한 글입니다.

TAG 2007년 영화계 결산, 디 워, 스크린 독과점, 영화 산업, 창의력,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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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의존증에 대하여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06 01:18
오늘도 실패했다. 참자, 하면서 밤 10시만 넘으면 으레 도진다. 혈중알콜농도의 결핍이 의지력 부족한 나를 동네 마트로 유인했고, 마침 할인행사 중인 2004년산 제이콥스 크릭 와인을 발견하고는, 의기양양하게 사들고 들어와 넉 잔을 연거푸 마셨다.
 
술이 내 일상의 동반자가 된 지는 꽤 오래 됐다. 어느 순간부터 술을 마셔야 잠이 들고 술이 들어가야 글이 써졌다. 참 희한하게도 3M흥업에 쓴 글 가운데 수 만 명의 히트수를 기록한 글들은 모두 알딸딸한 알코올의 힘을 빌어 쓴 글들이니...그 얄궂은 우연의 일치가 안 그래도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더욱 부추긴다.

사실 나는 술이 약했다. 술을 처음 입에 댄 게 고 3때. 같은 반의 친구가 차에 치여 숨진 날이었다. 속상해 동네 친구 녀석들과 포장마차를 찾았고, 치기 어리게 소주 석 잔을 들이키고는 그냥 뻗어 버렸다. 이틀이나 이어진 두통과 숙취를 겪은 뒤에야 나는 술이란 게 먹을 게 못되는 못된 식품이란 걸 깨닫고 다신 마시지 않겠노라 쓸데 없는 다짐을 했다.

대학에 들어가니 신입생 환영회부터 냉면 사발에 막걸리를 가득 붓고는 한번에 마시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폭력적인 의식을 치러야 했다. 마시는건지 들이 붓는건지 모른 채, 흘리면 흘리는 것까지 따로 받아 끝까지 마시게 하는 사디즘적 선배들의 강압에 못이겨 위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 되도록 마셨다. 그리곤 화장실로 뛰어가 오바이트의 추진력에 몸이 휘청댈만큼 개워 냈다. 이 신성한 오바이트야말로 가식적인 제도 교육의 찌꺼기를 개워내는 의식이라는 선배의 흰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나는 오로지 속이 쓰릴 뿐이었다.

그럭저럭 소주 석잔을 치사량으로 여기고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에 들어가니 듣도 보도 못한 폭탄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잔 마시고 개우고, 또 한잔 마시고 개운다. 이 무슨 지랄인가 싶었는데, 미개했던 그 시절엔 그래야 살아 남을 것 같아 마시고 개우고 마시고 개웠다.

시나브로 술이 늘었다. 강압이 내성을 키워준 것도 모자라 이제 내가 스스로 술을 찾게 됐다. 후배들을 이끌고 낯술을 마셨다. 후배들은 이상한 선배군, 하며 혀를 끌끌 찼지만, 나는 술 한잔 안하면 오후 일을 못할 지경이 됐다.

지난 봄에 건강 진단을 받았다. 내심 기도했다. 제발 알콜성 지방간 판정이 나와야 할텐데. 그리하여 의사 선생으로부터 당신 술 작작 마시라는 질타를 받기를. 허나 건강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처참하게 나를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손에 위탁했다. "얘 아직 멀었네, 좀더 멕여."

지난 가을, 알코올 의존증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시키기 위해 나는 닷새동안의 연속 금주에 도전했다. 사흘 성공, 나흘째 실패. 그리곤 에라 모르겠다. 디오니소스여, 나를 알아서 하시라...이렇게 된거다.

술의 힘은 위대하다. 그 위대함을 거역하기에 인간의 힘은 너무 미약하다. 오늘도 나는 술에 굴복한다. 그리곤 '어 저기 달이 떠 있네' 하며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죽어 버린 이백의 심정이 된다. 아마도 이 침울하기 그지 없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나는 주당을 넘어 주성, 혹은 주신의 반열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살짝 억울하다. 내가 술을 좋아하게 된 과정 말이다. 그 미개한 선배들만 아니었다면, 나는 녹차와 얼그레이만 마시며 독야청청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헌데 그렇게 생각해 보니, 그런 나는 참 재미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한 잔 더 따른다.
TAG 술, 알코올 의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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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샘 2007/12/07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내심 건강이 걱정이 되네요. 좋아하는 술 적당히 즐기시면서

    운동도 하시면서 건강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기자님의 글도 좋아하고 기자님의 목소리에서는 왠지모
    를 신뢰감이 느껴져서 좋아요~~

    • cinemAgora 2007/12/08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에궁, 감사합니다. 나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제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술을 마시기 위해서이죠.ㅎㅎㅎ

<어거스트 러쉬> 음악이 구원한 가족 신파

박스오피스 헤집기 2007/12/0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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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는 두 선남선녀의 옥상 위 원나잇 스탠드의 여파로 세상에 태어나 부성애가 지나친 나머지 조부애는 쓰레기통에 쳐박은 외할아버지의 버림을 받아 산전수전 다 겪은 귀여운 아이 에반(영화속 예명 어거스트 러쉬)이 천재적이라기보다 초능력에 가까운 음악성으로 '우연의 일치' 신공을 발휘, 헤어진 엄마 아빠를 11년만에 한자리로 불러 낸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 영화에 필 제대로 꽂히신 분들은 살짝 열 받으시겠다. 그러나 할 수 없다. 틀린 설명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영화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기타 리듬과 첼로 선율을 절묘하게 크로스오버시킨 음악이다. <어거스트 러쉬>는 객석에 음악의 감동을 돌비스테레오로 들려주는 것도 모자라다고 판단한 듯, 크게 창의적이지 않은, 아니 차라리 게을러 보이는 가족 신파 드라마를 들이민 작품이다. 눈 딱 감고 전형성을 좇은 것은 음악을 보필하기 위한 핑계처럼 보인다.

어쨌든 됐다. 흥행 1위다. 개봉 첫주말 서울에서 12만 6천여 명, 전국적으로 36만 8천여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안 그래도 알싸한 초겨울 바람이 겨드랑이를 파고 들기 시작하는데, 뜨끈한 오뎅 같은 영화 찾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셈이다. 이런 걸 두고 시즌 특수라 하던가.

한편, 입소문의 뚝심을 발휘하고 있는 <세븐 데이즈>가 지난 주 1위 도약의 이변을 연출한 뒤, 계속 승승장구다. 한 계단 내려섰지만 140만 명을 넘겼다. 롱런 흥행작 <색, 계>도 비슷한 규모의 전국 누계를 기록 중이다. <식객>은 이미 274만 명을 기록, 아쉬울 게 없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어거스트 러쉬>의 예상을 뛰어 넘는 선전 여파였는지, 함께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예상치를 한참 밑돌며 죽을 쑤었다. 스릴러라기 보다 잔혹 누아르에 가까운 <우리 동네>는 20만 명 선에서 민망한 오프닝을 기록했고, 김혜수 주연의 토종 가족 멜로 <열한번째 엄마>도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다.

조지 클루니 주연의 <마이클 클레이튼>은 성장과 성공 지상주의에 밀려 양심과 정의가 홀대 받는 세상 분위기에 걸맞게 배급과 관객 동원 양면에서 홀대 받았다. 그러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서울 관객수 기준 주말 박스오피스(2007.11.30~12.2)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누계
===================================================================
1위     어거스트 러쉬            68/232                   126,000          368,000
2위       세븐데이즈              60/270                    99,800        1,414,200
3위        색, 계                    55/200                    65,000        1,366,000
4위      우리 동네                 52/239                    52,000          203,400
5위        식객                      58/270                    45,000        2,744,000
6위     열한번째 엄마            46/244                    30,200          167,900
7위    마이클 클레이튼          31/147                    23,800           72,600
8위        히트맨                   34/151                    22,800           94,200
9위        베오울프                45/166                    13,300          910,300
10위      쏘우 4                    38/188                     8,000          255,000


*이 박스오피스의 스코어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관련이 없으며 별도 취재를 통해 확인한 각 영화의 실 동원관객수(근사치)임을 밝힙니다.
TAG 박스오피스, 어거스트 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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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파파라치 녹화 현장의 엽기 행각

디카 치카 2007/12/03 14:45
3M흥업 멤버들이 자체 제작중인 영화 정보 프로그램 '씨네파파라치'의 녹화 현장은 늘 화기애애함으로 넘쳐납니다. 가끔 화기애애함이 지나쳐서 멤버들의 엽기 행각이 스스럼 없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요. 지난 주 있었던 녹화 현장을 사진으로 공개합니다. 참고로 몇몇 사진은 19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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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직전, 저는 원고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김태훈씨는 세월아 네월아 입니다. 저 이는 모든 멘트를 직관에 의해 쏟아내지만, 전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말을 하지 못합니다. 흠..범생이와 문화 건달의 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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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도중의 망중한을 '이상하게' 달래고 있는 김태훈, 최광희, 김애경의 엽기 삼매경. 무슨 성인 연극의 포스터 촬영 현장 같습니다요. "에라, 이거나 먹어라" 컨셉의 제 포즈는 제가 봐도 민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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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작가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므흣한 미소. 졸지에 <쥘과 짐>의 주인공이 된 우리 작가, "이게 모나고용" 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진에 에로적 필로 화답하는 김태훈 씨의 이상 야릇한 표정이 압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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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을 갈아 입는 와중에도 민망 컨셉의 성인 연극 포스터 촬영은 계속됩니다. 김애경 씨는 왕년에 연극을 했던 사람답게 표정 연기가 참 풍부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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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된 화면은 이렇게 실시간으로 노트북에 설치된 비선형 편집 시스템에 캡쳐됩니다. 세상 참 좋아졌죠?

초저예산 '영화 씹기'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시네 파파라치는 가난을 낙천성으로 껴안으려는 제작진의 살신성인적 몸부림에 의해 겨우 겨우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만, 우리 스스로가 즐겁기 위한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이런 즐거움의 에너지가 보는 이들에게도 팍팍 전달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뜨거운 에너지와 차가운 교양이 함께 접목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짱구를 굴리고 있답니다.
TAG 씨네 파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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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로 산다는 것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03 00:00
팀 블로그 '3M흥업'을 시작한 뒤 이곳 제 개인 블로그에는 방문자수나 댓글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솔직히 약간 섭섭하기도 했습니다만, 실은 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이곳에도 그대로 올리고 있었으니, cinemAgora.com에 대한 차별화 노력이 부족했던 제 탓이 크겠지요.

저는 블로그에 시시콜콜 개인사적인 신변잡기를 올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기왕 '세상에 딴죽 걸기'를 모토로 삼은 3M흥업이 있으니 여기선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써도 괜찮겠다 싶어집니다. 제가 겪고 있는 일상 역시, 영화나 세상사에 대해 쓰는 조금 더 공적인 글이나 말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테니 말이죠. 이는 또한 제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얻기 위함이기도 하거니와, 이 초라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더불어 세상 살이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고민을 공유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일기를 쓰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신변잡기적 글쓰기에도 분명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지난 6월 말로 7년 가까이 몸 담았던 FILM2.0을 그만 두고, 프리랜스로 전업한 뒤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갑니다. 말이 좋아 프리랜스지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죠. 그러니 사람들이 제일 먼저 걱정하는 것 역시 먹거리더군요. 먹고 살만 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네, 다행히(!) 아직은 먹고 살만 합니다. 지금은 몇 건의 기고 외에 사실상 방송 출연이 주 업무(?)인데, 6개 정도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으니 회사에서 받았던 월급 정도(때론 그보다 조금 많이)는 벌게 되더군요. 그러니 나름 행복한 비정규직인 셈입니다.

지난해부터 출연해온 부산  MBC의 '시네마월드'에 두 번의 개편에도 안짤리고 나가고 있고, 3M흥업 멤버들과 '시네 파파라치'라는 작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도 자체 제작중입니다. 수요일 오전 부산에서 '시네마월드' 녹화를 끝내면 점심도 거르고 부랴부랴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옵니다. 오후 4시 반 YTN '뉴스 큐'에 출연하기 위해섭니다. YTN은 뉴스 회사라 출연료가 비교적 짠 곳인데, 2년전 제가 출연료 인상을 요구하다 '짤린(?)' 경력이 이번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사실 영화 기자 입장에선 TV보다 라디오에 나가는 게 더 친밀하게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KBS 1라디오 문화 포커스에 나가 매주 목요일 밤마다 강추작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약간 점잖은 컨셉이라 슬쩍 좀이 쑤실 때가 있습니다. 해서 부산 MBC 녹화차 하루 먼저 내려간 화요일 밤에 현지 라디오 '별밤'에 나가 살짝 주접을 떨고 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는 KBS 순천 라디오로 전화 연결을 합니다. 저, 나름 전국구입니다.^^

프리랜스 전업 직후, 술자리에서 프리랜스 선배이신 시사 평론가 김방희 선생을 만났는데, 그분이 그러더군요. "프리랜스의 '랜스'는 '창'이란 뜻인데, 원래 중세 용병에서 유래된 말이에요. 그 때 프리랜스들은 아군이든 적군이든 돈 많이 주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싸워줬지요. '프리'의 참 뜻은 자유가 아니라, 마구 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KBS든, MBC든 부르는 데 가서 출연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입디다. "프리랜스는 자유를 얻는 대신, 생활을 잃는다."

그 얘기를 전업 직후에 들어서 그랬는지, 저만큼은 자유도 얻고 생활도 잃지 않는 프리랜스가 되기 위해 나름 노력중입니다. 얼마전 라디오 출연 섭외가 왔는데, 토요일 방송이라길래 정중히 사양하며 그랬죠. "죄송합니다만 전 토요일에는 일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섭외 전화는 아침 8시에 나오라길래 "전 그 시간에 자야 합니다. "라며 또 사양했습니다. 그랬더니 프리랜스 대선배이자 3M흥업 멤버 가운데 한명인 김태훈 씨가 "프리랜스로서의 자세가 안됐다"며 어이 없어 하더군요. 암튼 그래도 성질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얼마전에도 SBS 라디오 '이승연의 시네타운'의 고정 패널로 나갔다가 저와는 궁합이 안맞는다는 이유로 2주만에 출연을 중단해 버렸으니까요.

이래도 될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돈 때문에 아무데나 몸을 파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게 제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적어도 제가 신명을 내 일할 수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직장이라는 안정된 틀을 박차고 험난할지도 모를 들판으로 뛰쳐 나온 이유니까요. 다행스럽게도,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은 다 제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특히 세 분의 지인들과 함께 시작한 3M흥업은 저의 든든한 집과도 같은 곳입니다.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방문자 300만 명을 넘기며 1인 또는 소수 미디어로서 새로운 매체 실험의 가능성을 열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진심을 투여하니, 아직은 크지 않지만 매체의 재생산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꽤 의미 있는 수익도 창출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들판에 나오니 때론 춥기도 합니다(ㅠㅠ). 일단 프리랜스가 됐더니 한국사회가 명함 사회라는 게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FILM2.0 편집장 시절에는 늘 가장 가운데였던 제 시사회 자리가 어느새 맨 앞이나 맨 뒤로 바뀌었습니다. 영화 홍보사에 전화를 걸어 "영화 기자 최광희라고 합니다" 하면, 대개는 "어느 매체세요?"하고 매우 사무적인 질문이 돌아옵니다. '프리랜스 영화기자'라는 소개에도 생소해 하는 반응은, "저...예전에 FILM2.0 편집장이었습니다"라는 구차한 설명을 건넨 뒤에야 비로소 "아, 네에~" 하면서 친절 모드로 바뀌기 일쑤입니다. 7년 동안 영화 기사를 쓰며 알고 지낸 분들은 이제 모두 이사님이나 실장님이 돼 버린 탓도 있겠지만, 한달에도 몇 번씩 "이번에 기자님이 쓰신 영화평을 저희 광고에 인용해도 될까요?"하고 살가운 친절함으로 전화를 걸어왔던 게 바로 엊그제인데, 소속 매체가 없어졌다고 대우가 달라지는 걸 보니 결국 내가 썼던 글이 광고에 착취당했다는 생각과 함께 세상 참 야박하다는 생각도 듭디다. 얼마전에 블로그에 올린 <마이클 클레이튼> 영화평은, 해당 공식 블로그에서 퍼갔길래 들어가 봤더니 '네티즌 리뷰'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더군요. 아, 그래 내가 네티즌이 됐구나. 이제 매체 권력에서 멀어졌구나, 하는 걸 절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상황에 점차 적응을 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를 둘러싸고 있던 알량한 매체 권력의 후광이 다 헛것이었음을 깨닫고 있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런 건 별 문제도 아닙니다. 어쨌든 제가 만날 수 있는 독자들과 시청자들을 향해 진정성을 가지고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만이 정도라는 사실도 함께 느끼고 있죠. 이제 어떤 후광도 없이, 제 스스로가 언론 매체가 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변화에 적응을 해가니 자유의 맛도 훨씬 달게 느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쟁에 시달리지 않는 것. 커피 한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것. 매체 편집장이 아닌, 한 명의 네티즌으로서 훨씬 더 냉혹한 까칠함을 가다듬으며 블로그에 로긴하는 것, 이런 순간들이 모두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TAG 프리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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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슈테른 2007/12/05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M 흥업에 같은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도, 버릇처럼 이곳을 찾고 있었어요...
    어쩐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싶어지네요... ^^;;;

    • cinemAgora 2007/12/03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개인 블로그에서 모처럼 댓글을 보니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듭니다. ^^ 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셔서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2. mips 2007/12/04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이런 글을 쓰실 줄 알고 계속 기다렸었어요. 사진 때문인가요? 이전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보이십니다.

    • cinemAgora 2007/12/04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다려까지 주셨다니..제 무심을 깊이 반성중...전보다 좋아 보인다니 다행입니다. 아마도 자유의 대가인가 봅니다.

영화상 시상식, 차라리 영진위가 하라!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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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을 보면서 또 한번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상식이 재미가 없다. 영화인들의 축제라지만, 방송국의 '생색내기용' 연말 이벤트에 더 가까워 보이는 이 뻘쭘한 행사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그러므로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술상 부문의 시상 대목에선 대리 수상이 너무 잦아 보는 이까지 낯이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영화인들이, 특히 현장의 스탭들이 이 행사를 감독과 배우들만을 위한 대 언론 퍼포먼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행사의 미숙한 진행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따로 거론하기도 입 아픈 일이고, 명색이 한 해 동안의 한국영화계를 정리하는 이 자리는, 후보작 선정부터 대중 상업영화만을 위한 잔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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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평가를 얻었으나 흥행에서는 참패한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는 아예 후보작 대열에도 끼지 못했다. <삼거리 극장>이나 <숨> <죽어도 해피엔딩>과 같은 저예산 수작들도 외면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 같은 영화는 또 어떤가.
출품이 안돼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겠지만, 왜 이런 영화들이 영화상 시상식을 남의 집 잔치로 생각하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방송국 이벤트라는 한계 때문에, 시상 결과 역시 흥행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영화인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룡영화상의 경우엔, 이미 시장에서 최고 흥행을 세운 걸 만인이 알고 있는 작품에게 굳이  '최다 관객상'을 건네며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준다.  

시상 결과 역시, 나눠 먹기나 안배의 흔적이 엿보인다. <밀양>이 출품을 거부한 지난 달의 청룡영화상의 경우,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에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몰아준 바 있다. 거꾸로 <밀양>이 4개의 상을 싹쓸이한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우아한 세계>는 단 한개 부문(남우주연상)의 후보에 올랐을 뿐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시상식마다 심사 기준이나 심사위원들의 성향이 다른 결과라는 걸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저 시상식에서 걸작이 이 시상식에선 범작 취급을 받는 걸 보면서, 시상식의 권위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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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한국에서 영화상 시상식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영화인협회가 주최하는 대종상이 고질적인 공정성 시비로 제일 먼저 권위 추락을 자초했고, 배우들 패션쇼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한 청룡영화상이나 용감하게도 '대한민국'을 자처한 MBC 영화대상도 영화계 안팎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 영화상 모두 권위와 품격은 일찌감치 엿 바꿔 먹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겉모양만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접 나서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의 영화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지금까지 제기된 영화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소하고, 대중 상업영화부터 저예산 독립영화까지 한국영화계 전반을 아우르며 제대로 된 권위의 영화상을 만들만한 주체는, 지금으로선 공적 성격의 영화계 대의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영진위가 영화상 시상식의 후원을 맡는데 만족한 채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계 잔치를 방송국과 신문사가 대신 하고 있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TAG 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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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12/02 10:31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도쿄에 가본 건 스무 차례가 넘을 것 같다. 일 때문에, 혹은 그냥 놀러, 한 해에도 두 세 차례 씩 방문해온 도쿄는 어느 순간부터 내게 옆 동네와도 같이 친근하고도 편안한 도시가 됐다. 처음엔 한꺼번에 수 백 명의 시민들이 교차로를 가로지르는 시부야 거리의 모습이 엄청난 진풍경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거리에 서면 마치 명동에 온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신주쿠 뒷골목을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헤매 다녔지만, 이제 그곳에 가면 단골 음식점을 찾듯 소문난 라멘 가게를 찾곤 한다. 방문할 때마다 도시의 느낌이 시나브로 바뀌어 간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그 공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젠 새로움을 찾는다기 보다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서라는 게 내가 도쿄를 찾는 이유가 됐을 정도다.

그런데 도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익숙하게 다가오는 대상이 하나 있다. 바로 도쿄 타워다. 여기서 익숙함이란 앞서 말한 친근함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심드렁함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길에 언제나 만나게 되는 도쿄 타워를 바라보며 나는 별반 특별한 감흥을 얻은 적이 없다. 그냥 여느 대도시에나 우뚝 서 있을 법한, 그런 도시적 상징물이라는 것 외엔. ‘파리의 에펠 타워를 너무 벤치마킹했군’, ‘여하튼 일본 사람들은 서구적인 걸 좋아해. 저 특징 없는 탑을 왜 만들었을까’ 정도가 도심 안에 불쑥 솟아 있는 그 생뚱 맞은 철탑을 보며 든 생각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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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원제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봤다. 제목과 달리 이 영화에서 도쿄 타워는 별로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거기에 단순한 조형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도쿄 타워는 주인공(오다기리 죠) 아버지가 호기롭던 시절에 찍은 기념 사진의 배경이었고, 이제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어머니의 병실 창문의 배경이 된다. 아버지의 사진 속에는 지금의 절반쯤 높이까지 세워진 미완성의 도쿄 타워가 서 있다. 마치 저마다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도쿄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의 표상처럼. 과연 넉살 좋고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아버지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거기에 있다. 아들과 어머니에겐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가족을 책임질만큼 성실한 가장은 못됐다. 대신 넉넉한 낙천성을 무기로 홀로 탄광촌의 가난한 삶을 버티며 아들을 뒷바라지해 온 어머니는, 이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실에 누워 있다. 아들과 어머니는 함께 도쿄타워를 바라본다. 그것은 누군가에는 헛된 욕망, 누군가에는 거짓 없이 순수한 꿈의 표상이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꿈은 다르지만, 누구나 같은 바람으로 그 탑을 바라 봤을 것이다. 이루거나 이루지 못함을 떠나, 함께 바라보며 같은 감흥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 도쿄 타워는 그렇게 이 특별하지 않은 모자의 특별한 이별을 넌지시 굽어보고 있다. 

여행자의 시선은 이방인의 것이다. 그러므로 보이는 대상의 표피에만 머물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여행은 영화가 담지 못하는 삶의 구체성을 목격할 기회를 준다. 반대로, 영화가 여행에서 얻지 못한 통찰을 선사할 때가 있다. 내게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그 공간을 ‘구체적으로’ 살아온 이들의 마음에 비친 도쿄 타워의 이면적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줬다. 그리고 다음 번에 도쿄에 가면, 꼭 한번 그 탑에 올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여행 잡지 '트래비'에 기고한 글입니다.

TAG 도쿄, 도쿄타워, 오다기리죠의 도쿄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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