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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해당되는 글 49건

  1. 2007/08/27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언론 시사 후기 (4)
  2. 2007/08/24 휴먼 판타지 <즐거운 인생> (1)
  3. 2007/06/18 <트랜스포머> 나올 때까지 참자? (3)
  4. 2007/06/11 <트랜스포머> 짧은 시사 후기
  5. 2007/05/29 <황진이>가 맥 빠지는 이유
  6. 2007/05/23 따분한 영화가 필요한 이유 (1)
  7. 2007/05/21 싹쓸이 극장가, 할말이 별로 없다 (4)
  8. 2007/05/14 <못 말리는 결혼>을 응원해야 하나? (2)
  9. 2007/05/07 할리우드는 한국영화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
  10. 2007/05/03 <밀양>...말이 필요 없는 걸작 (1)
  11. 2007/05/01 날씨가 좋아도 걱정인 극장가 (5)
  12. 2007/04/24 장진 식 코미디는 가끔 오버한다
  13. 2007/04/23 <하나>, 역사를 뒤집고 개인의 행복을 바라본다 (2)
  14. 2007/04/16 거장을 외면한 관객들 (12)
  15. 2007/04/13 부작용 없는 진통제 <날아라 허동구> (3)
  16. 2007/04/10 송강호는 세다 (2)
  17. 2007/04/05 귀신이 추리를 훼방 놓는 <극락도 살인사건> (2)
  18. 2007/03/27 '우아한 세계'가 상기시킨 우아하지 않은 세계 (1)
  19. 2007/03/26 할리우드가 무서운 이유 (2)
  20. 2007/03/20 느낌 없는 하드 보일드 <수> (4)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언론 시사 후기

휘뚜루마뚜루 영화리뷰 2007/08/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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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않는다고 후진 영화는 아니다

"폭발적으로 웃겨 주는 부분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서....그게 좀 걱정이 돼요." 27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언론 시사에 앞서 이 영화의 제작 관계자는 기자에게 바짝 타는 속내를 슬쩍 드러냈다. 명색이 추석용 코미디로 포장이 됐으니 관객들이 포복절도할 웃음을 기대할 게 뻔한 노릇이다. 배꼽의 소유권을 주장할 이유 없으니 제발 빼가슈~ 하며 자진 무장해제하고 나설 관객들의 웃음보를 산산조각낼,  그런 영화로 탄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비교적 자명한 것이다.

게다가 감독 김상진이 누군가. <주유소 습격 사건><신라의 달밤><귀신이 산다> 등을 통해 코미디 영화로만 '전타석 홈런'을  날린 몇 안되는 충무로 감독이 아니던가.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는, <밀양>을 제외하고는 <아들>과 <황진이> <므이>, 최근 개봉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까지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터이니, 시네마서비스의 해결사 김상진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례적으로 언론시사에 강우석 감독이 직접 참석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에도 그가 특유의 '한방'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안팎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절묘하다. 따라서 그 자체로 웃긴다. 세 명의 루저가 절박한 심정으로 잘나가는 국밥집 할머니를 납치했는데, 네 명의 자식들 나몰라라 하는 데 분개한 나머지 할머니가 알아서 납치극을 사주하는, 기가 막힌, 그래서 매우 영화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이야기의 기본 얼개는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덴도 신의 일본 소설 <대유괴>에서 따온 것이니, 김상진이 이 기가 막힌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얼마나 센 웃음 폭탄을 장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납치된 이가 납치범들에게 훈수를 두고 있는 상황 자체가 이미 코미디로써 절반은 먹고 들어갔으니 여기에 김상진의 유머 감각이 얹히면 극장이 떠나가라 할 것임은 안봐도 뻔할 것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앞서 제작 관계자의 우려대로 나로선 속 시원히 웃을만한 장면이 많지 않으니 슬슬 안타깝기 시작한다. 물론 아주 안웃긴 건 아니지만, 이 영화의 광고 카피대로 '전신작렬 배꼽폭발'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배꼽이 빠지려다가 곧잘 다시 들어가니 괜시리 서운했던 것이다. 왜 그럴까? 권순분 여사와 납치범들 간의 파열과 역할 전도로 이어지는 과정의 웃음이 예상 영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원톱 주연으로 나선 나문희 여사에 대한 과중한 존경심 때문이었을까? 납치범 세 명 가운데 유해진 빼고는 강성진과 유건, 그리고 경찰 역의 박상면은 슬슬 수위 조절하는 분위기다. 설정 자체로 잔뜩 기대가 부풀었는데, 인물들 사이에서 코미디 캐미컬을 창조해내야 할 김상진은 잽만 던진다. 여간해서 <귀신이 산다>의 차승원이 울며 불며 언덕길을 도망쳐 내려올 때와 같은, 회심의 어퍼컷이 터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히든 카드가 없지 않다. 포스터에 나와 있지 않은 인물, 보도자료에도 안나오는 배우, 박준면이 이 영화의 코미디적 히든카드라 할 수 있겠다. <삼거리 극장>에서도 호연을 펼친 바 있는 그녀는, 이번에 약간의 특수 효과에 의해 거구의 여인으로 변신, 권순분 여사와 세 납치범으론 살짝 역부족인 한방 웃음을 보충해 준다. 그래도 외모를 가지고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이 그리 세련돼 보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코미디 영화가 크게 웃기지 않다고 말하면 바로 혹평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기대만큼 웃기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영화가 별로였다고 말하기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만듦새는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중반 이후 포복절도 상황 코미디에 대한 강박을 살짝 걷어내고 나니, 조금 큰 틀에서 전복의 쾌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막판 몸값 쟁탈전이 펼쳐지는 열차 신은 꽤 합이 잘 짜여져 있어서 한편의 잘만든 액션 스릴러를 보는 듯 했다.
TAG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김상진, 나문희, 대유괴, 리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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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양 2007/08/29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거이 잘돼야 나도 사는데.ㅋ

  2. 무.료.야.동 2008/09/21 0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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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료.야.동 2008/10/09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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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판타지 <즐거운 인생>

휘뚜루마뚜루 영화리뷰 2007/08/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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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을 시사회에서 보고 웃다가 눈물 찔끔 흘렸다.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감동. 피식 웃겼다가 짠하게 찌를 줄 아는 이준익은, 확실히 휴먼 판타지 장르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말하면 그는 명절용 기획영화를 만들 줄 안다는 얘기다. 지난해 <라디오스타>에 이어 다시한번 '음악'을 매개로 대동소이한 웃음과 감동을 버무린 영화를 만들어도, 또한 그것이 남루한 현실과 음악이라는 해방의 공간을 오가는 전형성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 할지라도, 그것 자체가 명절 영화의 주요 전략이라는 사실을, 그는 영악하게 재활용하고 있다.

인물들은 예의 루저들이다. 직장에서 잘리고 대책 없이 떠도는 실업자 기영(정진영), 역시 해고 당해 대리운전과 택배로 생계를 잇고 있는 성욱(김윤석), 중고차 매매로 돈은 짭짤하게 벌지만, 기러기 아빠의 외로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혁수(김상호)가 이 시대 중년 가부장의 초라한 면모를 더욱 가련하게 보이게 하도록 뽑혀 나온 대표 선수들이다.

말 그대로다. 이들의 삶은 하나 같이 지리멸렬이다. 이 지지리 궁상들을 하나의 공통 분모로 묶는 것, 그것은 그들이 공유한 기억 속의 '활화산'이라는 밴드이며 음악에 대한 미련이다.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훨씬 더 초라했지만 열정만으로 똘똘 뭉쳐 촌스럽게 락커 흉내를 냈던 그 시절을 그들은 애써 소환하려 드는 것이다. 오로지 그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그러나 걸림돌이 많다. 걸림돌은 그들이 여전히 가부장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이다. 음악을 향한 이들의 치기는, 그래서 영화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말 그대로 치기일 공산이 크다. 이 자들은 기타라도 퉁기고 드럼이라도 칠 수 있지. 다룰 수 있는 악기라고는 노래방 탬버린이 고작이고, 김추자와 산울림의 노래는 흥얼거릴지언정, 공연장 근처엔 얼씬도 못해본 생활 전선의 투사들에게 <즐거운 인생>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차라리 즐겁고 행복할 건더기가 있는, '가진 자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처음부터 불가능을 가능한 것처럼 꾸미는 매체가 아니던가. 현실의 남루함은 최대한 리얼하게(때로는 전형적으로 때로는 약간 과장을 섞어서), 그 극복의 과정은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무기력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인서트 컷을 몇 번 넘긴 뒤, 이준익은 음악이 가진 본질적인 기능, 즉 위안과 해소의 판타지가 인물들의 비루한 배경과 합쳐지며 감동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검증된 솔루션의 위력에 여지 없이 편승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휴먼 드라마가 아니라, 휴먼 판타지라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무대 인사에 나선 배우들은 하나 같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행복했다고. 좋겠다. 부럽다. 천성이 까칠한건지 난 왠지 이런 영화를 보면 행복하다기 보다 씁쓸하다. 뜬금 없는 얘기지만, 의약 분업 이전의 약국에선 신경안정제를 의사 처방전 없이도 마구 줬다. 그 약을 먹으면 피로감이 풀리고 긴장감이 해소돼, 특히 가난한 이들이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게 중독성이 있다. 내 어머니는 신경안정제 중독의 후유증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잃었다. 그래서 나는 신경안정제 같은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준다는 말을 잘 믿지 못한다.
TAG 리뷰, 시사 후기, 영화, 이준익,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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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진이 2007/09/12 0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영화 우연히 시사회 티켓이 생겨 지난주에 보고 오늘에야 간단히 포스팅을 했는데, 쓰신 글도 지금에야 읽었습니다. 휴먼 '판타지'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하게 되네요. (저는 영화를 그저 즐겁게만 보았었지만.) 그 영화 속 상황이 실제 삶에 주어진다면 그야말로 상황은 '임진왜란'이잖아요. (어디서 봤던 표현이라,, 아무튼 그만큼 뒤죽박죽 고된 상황인 거잖아요)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조금 무섭네요. 신경안정제 얘기요. 저도 어느 순간 모르게 그것에 중독되어 그것만 먹으며 살고 있는 것 같아서.. 판타지라도 그저 즐거우니, 그냥 순간 순간 현실과 떨어진 채 그것들만 보며 '즐겁다 즐겁다' 하고 살아온 게 아닌가 하구요. (맨날 그런 것들만 혼자 쫓아다니며 살고 있어서^^;)

    어쨌든 판타지는 판타지인 거겠죠, 그걸 보며 즐거웠었다 해도. ^^;;

<트랜스포머> 나올 때까지 참자?

박스오피스 헤집기 2007/06/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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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가 개봉할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관객들의 의지가 박스오피스에도 나타나고 있다. 여름 극장가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긴 하지만, 초특급 흥행 대어의 싹쓸이 국면이 지난 주말 살짝 잦아들었다. 이런걸 두고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전국적으로 전주 대비 20% 이상의 관객 감소율이 그같은 정황을 방증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새로 개봉한 <오션스 13>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배급 규모에서부터 대어급은 못됐으니, 249개의 중급 스크린수로 전국 누계 51만 명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올 여름 유난스럽게도 많이 나오는 '3자' 돌림 블록버스터의 한 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슈렉 3>도 2주차에 접어들며 소강 상태다. 주말 사흘동안 전국적으로 40만 명을 더 추가해, 220만 명까지 전국 누계를 늘렸다.

송혜교의 한복 패션쇼 <황진이>는 예상대로 50% 이상의 드롭율을 보이며 급락했다. 손익분기점 300만 명 달성은 언감생심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안그래도 어려운 한국영화를 사랑해 달라며 관객들에게 여러 차례 읍소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사랑할만한 영화를 좀 만들어 주십사. 아, 관객도 사랑하고 싶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역시 한풀 꺾인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5백만 명에서 28만 명 모자란 상황이니 아쉬움은 눈꼽만큼도 없을 것이다. 브리트니 머피를 주연으로 게이 남성과의 동거라는, 미국 미혼 여성들의 새로운 로망을 코미디로 버무린 <러브 & 트러블>이 5위로 첫 선을 보였다. 11만 5천 명이면 썩 부진한 출발은 아니지만, 한 주 장사가 다인 요즘 극장가를 감안하면, 출발이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이누도 잇신의 일본영화 <황색 눈물>이 지난 주말 전국 14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1만 6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렇게 영화의 품질 하나만 믿고 소규모 개봉하는 영화들의 경우엔 출발이 다가 아닐때도 적지 않다. 단, 많지는 않지만 관객들의 발길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는 조건. 국내에도 이누도 잇신의 고정 팬들이 적지 않은만큼 두고 볼 필요가 있겠다.
 
주말 박스오피스(2007.6.15~17)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서울주말       전국누계
=======================================================================
1위          오션스 13    249          166,800        510,000
2위           슈렉 3      450          134,000      2,198,000
3위    캐리비안의 해적3    350          47,100       4,717,800
4위          황진이       424           46,400      1,044,700
5위       러브 & 트러블   177           38,500        115,400        

#이 박스오피스 수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기자의 취재를 통해 확인된 스코어임을 밝힙니다.
#도표에 명기되지 않은 다른 영화의 흥행 성적이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문의하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TAG 관객수, 러브&트러블, 박스오피스, 슈렉 3, 영화, 오션스 13, 캐리비안의 해적, 황색눈물, 황진이, 흥행성적, 흥행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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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재현 2007/06/18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처럼 퍼갑니다. 감사해요~

    • cinemAgora 2007/06/18 2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퍼간 블로그 주소 좀 갈켜 주세요. 제대로 퍼갔나 데스킹 좀 보게.ㅋㅋㅋ

  2. 허재현 2007/06/20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블로그는 아니구요. 그냥 제가 운영하는 영화음악 동호회에요. 아주 썰렁한~ ^^

<트랜스포머> 짧은 시사 후기

휘뚜루마뚜루 영화리뷰 2007/06/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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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댓바람부터 핸드폰 압수당했다. 까다로운 선생님 수업시간도 아니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세계 최초 시사회라는데, 이쯤이야...침 흘리며 봤다. 전타석 홈런으로 일관하시는, 흥행의 귀재 마이클 베이 형님도 아시아 정킷에 맞춰 오늘 저녁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단다. 아, 벌만큼 버셨을텐데, 왜 자꾸 비슷비슷한 영화로 더 돈을 버시려 드는지 질문하고 싶어진다.

나는 안다. 마이클 베이는 절대로 여름 블록버스터의 익숙한 흥행 공식을 거스르는 모험을 저지를 분이 아니다. 이번에도 그렇다. 외계 로봇도 선과 악이다. 선한 편 로봇은 물론 착하고 엉뚱하다. 인간적이다. 악한 편 로봇은 목소리 흉측하고 강력하다. 그런데 꼭 제일 약자들한테 진다.

지구는 그들 외계 로봇의 전쟁터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는 얼뜨기가 지키고, 결정적인 열쇠는 마이너리티의 몫이다. 그래야 흥행하니까. 미국민과 세계인들의 정서를 적극 수용, 부시에 대한 조롱임이 확연한 설정들도 살짝 포함시켰다. 그래야 통쾌하니까.

어쨌든 포인트는 트랜스포머라고 일컬어지는 변신 로봇들의 위용일 터,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정체를 살살 드러내 보이는 중반까지는 제법 알싸하고 현란하다. 문제는 중반 이후다. 로봇끼리의 대결 장면이 주로 롱샷과 부분 클로즈업으로만 돼 있어 얘들이 싸우는 것 같긴 한데 이리쿵 저리쾅 하다 어느 순간 삐빅 죽는다. 거대 로봇들은 또 왜 그리 수다스러운지.

자동차와 변신로봇이라는, 뭇 남성들의 2대 로망을 그럭저럭 볼품 나게 실사화했으니, <터미네이터>의 모조품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이러저런 상투적 설정들은 까짓 용서할 수도 있겠다.

어릴 적에 변신 로봇이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구경조차 못한 나로선 별반 신기할 것 없는 쿵쾅거림이었다. 결론? 비슷한 영화로, <우주전쟁>이 훨씬 재밌다.

덧붙임#1) 올여름 최대 기대작이란다. 뭔 얘기를 들어도 볼 사람들은 본다는 얘기다. 마케팅과 물량의 흡인력을 당해낼 재간 없으니, 지금 내가 한 얘기가 대다수 관객들에겐 공염불로 들릴 거라는 것, 나도 안다. 너무 걱정 마시라. 아주 꽝은 아니니까.^^

덧붙임#2) 원작 애니메이션의 아우라를 높이 평가하시는 분들께선, 부디 원작까지 챙겨 본 다른 분의 리뷰를 참고 바란다. 요 글은, 원작을 보지 못했거나 추호도 관심 없는, 이를테면 나 같은 관객들을 염두에 둔, 말 그대로 '첫인상 리뷰'니까.

TAG 마이클 베이,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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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가 맥 빠지는 이유

휘뚜루마뚜루 영화리뷰 2007/05/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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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현 감독의 신작이자 송혜교의 변신이 주목된다던 <황진이>를 일반 시사를 통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못했다. 아닌 영화와 괜찮은 영화로 굳이 나눈다면, 요즘 한국영화에 대한 언론 일반의 응원과 호의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머금고 이 영화는 아닌 쪽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나는 강우석 감독이 기획한 시네마서비스 배급 영화들이 왜 자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정면 대결을 펼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아들> vs <스파이더맨 3>, <밀양> vs <캐리비안의 해적 3>, <황진이> vs <슈렉 3>- 용감해 보이는 게 아니라 무모해 보인다.)

우선, 장 감독은 왜 굳이 북한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확고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황진이와 관련한 역사 기록이 알려주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벽계수, 서경덕과 관련한 일화 등) 외에 노비 '놈이'와의 관계를 설정한 북한 소설의 의도는 비교적 자명하다. 기생과 노비라는 똑같이 천한 신분을 공유하는 두 명의 소외된 천재가 계급적 연대와 에로스라는 두 끈으로 묶인다. 신분제로 대표되는 조선시대 봉건질서에 대한 인민의 저항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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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영화는, 황진이의 기예와 기백에 초점을 맞춘 하지원의 TV 드라마 <황진이>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소설로부터 받아 안은 시대성을 영화적으로 형상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그 부담을 수행하는 방식이 '블랙의 반란'으로 묘사되는 황진이의 한복 패션쇼와 미술에 치중하는 것일까? 여러 평가들을 살펴보니, 대충 미술과 의상은 화려하다는 쪽에 쏠려 있다. 영화를 보니 과연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게 이 영화의 방향성과도 핀트가 맞지 않을뿐더러 미술에 공을 들여온 최근 사극 영화의 흐름에 비추어 크게 변별력을 가질 정도도 못된다고 생각한다. (미술은 <스캔들>이 훨씬 더 훌륭했다.)

이 말은 미술이 훌륭해서 영화가 꽝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미술만 훌륭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미술에 한해 면죄부를 줄 일도 아니다. 나는 왜 한국의 사극은 늘 화려하고 세련된 복식과 세트를 강조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16세기 조선의 민초들, 그 가운데 화적떼 두목으로 나오는 유지태는, 그 시대에도 치아 미백과 스포츠센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SF적 가정을 얼굴과 몸으로 웅변한다. 민중들은 갓 사우나에서 나온 듯 피부가 매끈하고, 옷도 깔끔하다. 손톱에 덕지 덕지 떼가 끼고, 이는 태어나서 한번도 양치질을 안한듯 누렇다 못해 시커먼, 잭 스패로우는 괜히 그렇게 묘사된 것일까? 떼구정물로 목욕을 한듯한 <킹덤 오브 헤븐>의 십자군들도 기억날 것이다. 똥과 진흙 투성이로 가득한 <여왕 마고>의 16세기 파리는 또 어떤가. 가까이는 <하나>의 꾸질꾸질한 빈민촌 사람들도 있다. 이런 디테일이, 화려한 비주얼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한국의 사극에는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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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마고> 1994, 파트리스 쉐로 감독, 이자벨 아자니 주연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위대한 시대극으로 기억되는 <여왕 마고>는 인물과 공간을 통한 시대성의 묘사 방식에 대한 나름의 정답을 제시한다. 별 게 아니다. 디테일에 충실할 것. 영화의 의도를 분명히 밀고 나갈  것.

<황진이>는, 봉건 제도의 모순에 직면한 백성의 저항을, 사대부의 입으로 지껄이고 있는 듯한 영화다. 그러다 보니 이 얘기를 하려다 저 얘기에 빠진다. 대사는 붕 떠 있고, 굳건한 의지가 실리지 않은 편집은 자주 길을 잃어 관객의 감정선을 뚝뚝 끊어 놓는다. 맥이 빠진다. 송혜교의 변신 하나 건지고 나오기엔 140분이 너무 길어 맥 빠지고, 초강력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적하기엔 포스가 형편 없어 맥 빠진다.
TAG 강우석, 리뷰, 송혜교, 시대극, 여왕 마고, 영화, 유지태, 장윤현,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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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영화가 필요한 이유

기자, 씻나락 까먹는 소리 2007/05/23 21:57
아는 사람에게 최근 벌어진 일이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가 중학생 아들과 딸을 차례로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들은 온 몸을 칼에 찔려 숨졌고, 딸은 불행중 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중상이다. 남편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은 온통 피바다였다고 한다.

법원 출두 명령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2차 출두 어쩌구 하면서 9번을 누르란다. 눌렀더니 낯선 억양의 목소리가 들린다. "확인해드릴테니 성함과 주민 번호를 알려주십시오." 속셈을 다 알고 괜히 눙쳐 본다. "법원이라면서 신상도 모르고 전화하셨나요?" 침묵, "...뭔가 잘못 된 거 같습니다. 뚝."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금 환급 어쩌구 하면서 사기 치던 치들이 종목을 바꿨다. 이번에는 법원을 사칭한다. 가지 가지다.

세상 살이가 영화 같다. 하도 영화 같아서 따분할 새가 없다. 따분하고 지루한 영화를 보고 싶다.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가 보고 싶다. 사람이 죽거나 죽이지도 않고, 속거나 속이지도 않는, 평화와 안전의 일상, 그거야말로 진짜 판타지가 아닌가.
TAG 사는이야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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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라리아 2007/05/24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범한게 가장 힘들다고들 하지요. 워낙에 비범한 사람들이 많아서 더 어려운 일이 되어 가나봅니다. 영화도 그런것 같아요. 동감합니다.

싹쓸이 극장가, 할말이 별로 없다

박스오피스 헤집기 2007/05/21 18:30
국내 주말 박스 오피스(2007.05.18~2007.05.20)
순위  영화명 개봉일 스크린수
서울/전국
서울주말 전국누계
1  스파이더맨3 05.01 145/627 122,600 4,577,000
2  못말리는 결혼 05.10 69/315 86,700 1,008,500
3  넥스트 05.17 41/140 85,000 259,000
4  눈물이 주룩주룩 05.17 42/136 26,600 89,300
5  극락도 살인사건 04.12 39/196 13,800 2,244,100
6  아들 05.01 43/235 11,400 478,300
7  더블타겟 04.26 17/82 11,000 501,000
8  저 하늘에도 슬픔이... 05.17 15/83 10,000 29,200
9  리핑: 10개의 재앙 04.19 22/75 7,800 697,700
10  내일의 기억 05.10 28/95 7,100 83,000

별로 할 말이 없는 박스오피스다. <스파이더맨 3> 500만 바라보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김수미와 임채무가 의기투합한 '못말리는' 코미디 <못말리는 결혼> 100만 돌파했다.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잘 될줄은 솔직히 몰랐는데, 이런 유치무쌍 애드립 코미디가 시장에서 먹힌다는 건 약간 놀라운 발견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이 영화의 감독에게 '관객론' 강의라도 들어야 할 것 같다. 주제는 아마, '대중 코미디의 유치함, 그 시장적 성공 사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새 영화 가운데 니콜라스 주연의 액션 스릴러 <넥스트>가 그나마 선전했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사토시 오빠 인기 덕에 '조금' 모았다.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이 서울에선 형편 없었지만 지방에서 선전한 게 눈에 띈다. 가족 영화의 범주 안에 들기도 하지만 '중년 멜로'적인 컨셉을 들이댄 이 영화에 서울보다 오히려 지방에서 반응이 온다는 건 또 한번 약간 놀라운 발견이다.
TAG 내일의 기억, 넥스트, 눈물이 주룩주룩, 못말리는 결혼, 박스오피스, 스파이더맨 3, 영화, 흥행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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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라리아 2007/05/22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넥스트가 재밌다는 평이 있더군요.^^ 그나저나 못말리는결혼은 정말! 만약에 행여, 혹시라도 말씀하신 그 주제의 강의가 열린다면 제게 연락 좀 해주실래요? 영화보다 더 궁금하군요^^;;

    • cinemAgora 2007/05/22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그러죠. 근데 그런 강의는 아마도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2. 허재현 2007/05/22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파이더맨 3 가 관객 몰이를 계속 하고 있네요. 무비위크 편집장의 기사를 읽었는데 스크린 독과점 법안에 반대한다고 쓰셨더군요. 시장질서와 관객의 볼권리 선택에 어긋난다나 뭐라나...그런데 제 주변에 물어 보면 '스파이더맨 3' 가 하나같이 재미없다고 그러더라구요. 스파이더맨 3 를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 극장에 볼 만한 영화가 걸린 게 없어서 약간의 호기심과 함께 본 것 같더군요. 재미없는 영화라도 스크린을 600개까지 잡고 홍보 무지막지하게 해대면 '못말리는 결혼' 도 저런 흥행은 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이 무리인가요...에휴... 아무튼 요즘 박스오피스 기사는 별로 신이 안나네요... / 인디포럼 끝나고 약간 축제후유증에 시달리다 이제 겨우 회복했네요..축제에 너무 확 발을 담그면 현실로 돌아 올 때 역시 많이 아프군요..으흑 으흑.

    • cinemAgora 2007/05/23 1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로 그 점이 핵심입니다. 재미 없고 별로인 영화가 배급 규모와 광고로 스크린과 관객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것. 그걸 시장 질서라고 우기는 게 한심할 따름입니다.

<못 말리는 결혼>을 응원해야 하나?

박스오피스 헤집기 2007/05/14 21:10
국내 주말 박스 오피스(2007.05.11~2007.05.13)
순위  영화명 개봉일 스크린수
서울/전국
서울주말 전국누계 점유율
1  스파이더맨3 05.01 184/745 259,600 3,894,000 57.1%
2  못 말리는 결혼 05.10 60/300 86,700 409,700 19.1%
3  극락도 살인사건 04.12 47/231 24,300 2,142,600 5.3%
4  아들 05.01 50/257 19,700 398,700 4.3%
5  내일의 기억 05.10 32/100 18,000 45,300 4.0%
6  더블타겟 04.26 24/104 15,000 443,000 3.3%
7  리핑: 10개의 재앙 04.19 26/97 12,400 652,200 2.7%
8  용호문 05.10 33/143 8,800 51,900 1.9%
9  날아라 허동구 04.26 20/135 4,600 374,500 1.0%
10  닌자거북이 TMNT 04.26 12/105 2,900 186,400 0.6%

'할리우드 공습에 한국영화 반격' 어쩌구 하는 요즘 (어설픈 옐로) 저널들이 자주 쓰는 (맹동적) 민족주의 틀로 본다면, <못말리는 결혼>이 전국 40만 명 모은 것도 '거미 인간 싹쓸이에 한국 영화 선전'  이따위 헤드라인을 뽑을 수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여기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다. 좀 될성부른 영화로 막아서야 '가오'도 서는 법. 김수미 아줌마 더욱 막나가는 애드립에 임채무 아저씨 CF 패러디, 여기에 죄민수까지 끌어 들여 적당히 흥행 노린, 게으르기 짝이 없는 TV 복제 코미디가 2등이라니 기사 쓰기 민망하다.

한국영화 죽 쑤는 마당에 퀄리티, 재미, 배우들의 연기까지 삼위일체로 밀어 붙이는 영화가 딱 나와서 그야말로 파워풀한 저력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요럴 때 하필 컨셉과 광고로 초반 끗발 세우는 영화가 툭 불거져 나와 야릇한 복병이 됐다. 어쨌든 현상은 현상이다. 차라리 <스파이더맨 3> 4백만 가까이 간 거, 심플하게 박수 쳐 주자. 짝짝짝.
TAG 못말리는 결혼, 박스오피스, 스파이더맨 3, 영화, 흥행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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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 2007/05/14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월 개봉작중 역시 최고기대작은 밀양인것 같은데요. 시크린 선샤인,밀양 두제목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애프터 스크리닝 글을 읽고난후
    - 바로 아래 내용...
    (영화를 보실 분이라면 이 글을 포함한 어떤 정보도 읽지 말 것을 권합니다.)

    큰관심과는 반대로 관련정보를 안보려고 하니 이거 답답해서 미칠지경입니다. ^^;
    밀양이 스릴러도 아니도 내용 알아봤자~ 영화감상하는데 방해까지야 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 친구는 '유괴'내용이 들어간걸 언급한후 포스터에 나와있는 밀양의 비밀은 "송강호가 범인이다" 일것이다란 말도안되는 주장을 펼치더군요...;

    아무튼, 과거의 작품이 아닌 현재의 영화에 '걸작'이란 말을 붙이는 경우는 보기드물었던 만큼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정말 기대됩니다. 또 시네마서비스의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는 아들-밀양-황진이 배급전략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도...

    • cinemAgora 2007/05/15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신애라는 여인에게 우연처럼 다가오는 사건에 관객 역시 당황하며 보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에 정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방해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밀양>은 스릴러나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거든요.^^ 그냥 여운을 오래 간직하기 위한 일종의 충고라고 받아들이시면 될 듯.

할리우드는 한국영화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박스오피스 헤집기 2007/05/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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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두고 자승자박이라 하던가? 지난해 대규모 한국영화들이 앞다투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야기하더니, 할리우드가 '옳다구나' 하고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스파이더맨 3>가 개봉 첫 주 잡은 스크린 수가 물경 816개다. 전무후무한 배급 규모다. 지난 해 <괴물>이 6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잡았다고 해 뭇매를 맞았던 게 머쓱해질 정도다. 이 정도면 숙주 속에 들어가 포악함을 강화시키는 영화 속 외계 물체와도 같은 무시무시한 형국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극장가에서는 한 영화가 전국 스크린수의 절반 가까이를 낼름 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산 거미 인간은 알았고, 관객 가뭄에 허덕이던 많은 극장들은 '이때다' 싶어 기꺼이 스크린 하나라도 더 헌납하지 못해 안달이 났다. 당초 617개로 시작했던 스크린수는 주말 사이 200개가 더 늘어났다.

개봉 첫 주말 동원 관객수가 255만 명이다. 왠만한 한국영화 손익분기점 넘기고도 쏠쏠하게 남을 만한 관객수다. <극락도 살인사건>이 개봉 4주차만에 동원한 관객수를 웃돈다. 이걸 단 나흘만에 꿀꺽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력이라고? No! 독과점의 위력이다! 이런 상황 우려해서 미리 미리 문단속 하자 했는데, 한쪽으로는 슬쩍 쿼터 내주고, 또 한쪽으로는 독과점 논란 강 건너 불구경하던 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그 놈의 시장 확대 논리만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사이, 도끼 자루는 썩고 있고, 다양성의 샘물은 메말라 가고 있다.

누이(할리우드 배급사) 좋고 매부(극장) 좋은 시장 논리라니 누굴 탓하랴. <스파이더맨 3>만의 문제라면 흥분할 일이 못된다. 숫자 자체가 선례화한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뒤를 이어 출격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게 <스파이더 맨 3>가 모범을 보인 셈이다. 쿼터도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별다른 견제 장치도 없는 한국 극장가가 초토화되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
 
참고로 전국 12개 스크린에서 틀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은 현재까지 13만 8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국 14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인 김기덕 감독의 <숨>은 6천 6백 명의 전국 누계를 기록중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게토화다.

강조하거니와 한국영화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무조건 막자는 국수주의적 발상도 아니다. 관객들이 더 다양한 영화를 더 편안하게 골라 볼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하자는 얘기가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반(反)시장적으로 들리는가?(국회에 계류중인 스크린 독과점 규제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사학법 등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과 극장업계의 반대 뿐만이 아니다. 나는 쿼터 사수 투쟁의 절반만큼의 적극성도 보이지 않는 영화인들의 미적지근한 대처도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주말 박스 오피스(2007.05.04~2007.05.06)
순위  영화명 개봉일 스크린수
서울/전국
서울주말 전국누계 점유율
1  스파이더맨3 05.01 198/816 460,200 2,559,900 69.7%
2  아들 05.01 58/298 47,600 256,600 7.2%
3  극락도 살인사건 04.12 50/255 41,200 2,000,400 6.2%
4  리핑: 10개의 재앙 04.19 37/122 28,000 577,500 4.2%
5  더블타겟 04.26 36/137 26,000 354,000 3.9%
6  날아라 허동구 04.26 52/236 25,500 329,200 3.9%
7  닌자거북이 TMNT 04.26 38/212 18,600 164,900 2.8%
8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II 04.19 17/133 5,000 528,000 0.8%
9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04.12 4/5 1,900 19,600 0.3%
10  천년학 04.12 3/12 1,900 138,100 0.3%

TAG 박스오피스, 스크린 독과점, 스파이더맨 3, 영화, 흥행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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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 2007/05/08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년 미션임파서블3에서 시작해서 다빈치코드,포세이돈,엑스맨3,슈퍼맨리턴즈,캐리비안해적:망자의함 으로 이어진 5~7월까지의 헐리우드영화의 한국영화시장 장악이 기존에는 볼수없었던 이례현상으로 보이며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2007년의 결과를 봐야할것 같다는 분석글을 읽은적이 있는데요.
    지금 스파이더맨3의 괴력의 스타트를 보니, 캐리비안해적:세상의 끝이 바톤을 잘 이어받는다면(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에 들어같다는 정보를 고려해보면 의외로 완성도가 별로일지도 모르지만...),앞으로 무시못할 새로운 시장현상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를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영화가 살아남을수 있을런지...

    '헐리우드는 한국영화가 지난여름에 한일을 알고있다'는 제목을 읽자마자...정말 무릎을 탁쳤습니다. 작년에 괴물논란이 있었을 당시만해도 그상황이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었는데...말이죠. 휴~

  2. cinemAgora 2007/05/08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시장현상이라기보다 몇해 전부터 전조가 비교적 분명했던 시장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러 이해 관계들에 의해 그 대처가 늦어진다면 독과점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겠죠.

<밀양>...말이 필요 없는 걸작

휘뚜루마뚜루 영화리뷰 2007/05/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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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가이드가 필요한 영화가 있다면, 그런 가이드가 굳이 필요 없는 영화가 있다. <밀양>은 후자다. 준비 운동 없이 그냥 보는 게 더 낫다. 그러므로 이 글은 영화에 대한 가이드가 아니다. 그냥 이창동에 대한 개인적인 찬사다.

나는 한국영화의 작가 3인방을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라고 생각한다. 서로 확연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 우열을 가리는 게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고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창동이다. 여전히 공유할 수 있는, 또는 공유해야 마땅한 시대적 고민을 진지하고도 설득력 있게 영화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 있어서, 적어도 지금의 한국영화계에서 그를 따를 자는 거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는 가장 미시적인 방식으로 가장 거시적인 화두를 던지는데 가장 능통한 사람이다.

그의 영화는 늘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지는 않더라도, 가슴이 메어지고 메어져 극장문을 나서며 담배 서너개비를 연거푸 피워대든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이라도 올려다 봐야 한다. <초록 물고기>가 그랬고, <박하사탕>이 그랬으며, <오아시스>가 그랬다. 폭력적 역사에 짓눌린 개인의 초라한 초상이 그의 영화 안에는 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자, 부모 형제의 모습이라 눈을 돌려 버릴 수가 없다. 많은 신파들이 그렇듯 우리를 잡아다 끌어 펑펑 울게 만들면 차라리 낫겠지만, 그는 잔인하게도 늘 대상과의 거림감을 유지함으로써, 기필코 관객들을 가해자의 일원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은 얼핏 무력감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동시대인의 책임감을 종용하는 그만의 방식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번 영화 <밀양>도 그런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쉽게 단정적이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인물과 공간은 시대적 맥락을 읽는 텍스트로 기능하긴 하되, 거기엔 인간의 실존에 대한 보편적인 고민이 한 데 얽혀 있다. 밀양이라는 공간에 스며든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을 툭 던져 놓고, 용서와 구원이라는 관념적 주제와 종교라는 이름의 기만적 풍경에까지 시야를 넓힌다. 그래서 그 비극을 한 여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운명으로 바라보고 눈물짓고 마는 상투적 회피를 회피한다. 일회용 감정을 구매하는데 익숙해진 시대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통해 생각이 첨부된 정서적 파장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파장은 꽤 오래 남을 것이다.  
TAG 리뷰, 밀양, 영화, 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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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체이탈 2007/05/04 2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밀양>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은 주인공을 통해서 관객들이 저마다 자기 얘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역사는 다르지만 알고보면 모두들 막둥이고 공주고 신애고 종찬이고, 그런거겠죠?

날씨가 좋아도 걱정인 극장가

박스오피스 헤집기 2007/05/01 11:12
국내 주말 박스 오피스(2007.04.27~2007.04.29)
순위  영화명 개봉일 스크린수
서울/전국
서울주말 전국누계 관객점유율
1  극락도 살인사건 04.12 67/313 80,100 1,703,100 23.0%
2  더블타겟 04.26 45/149 54,000 191,000 15.5%
3  리핑:10개의 재앙 04.19 40/127 57,900 439,100 16.6%
4  날아라 허동구 04.26 60/253 40,700 179,100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