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적인 수사 추리물의 얼개 안에서 휴먼 드라마를 녹인 작가의 이야기 솜씨가 썩 괜찮다는 생각을 했는데, 신문사 기자 출신이란다. 그래서 변사 사건 현장을 둘러싼 디테일들이 남다르다. 이른바 '사츠마와리(사회부 사건 기자를 일컫는 일본어인데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통용돼 왔다)' 생활을 1년 반 정도 했던 나로서는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 기자들의 마와리(경찰서나 관공서를 돌며 취재하는 방식)가 우리 사회부 기자들에 비하면 정말 빡세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영화는 그렇고, TV 시리즈로 만들면 딱이겠다 싶다.
<종신 검시관>(원제 <임장>)을 읽는 재미의 절반은 제목 그대로 '종신 검시관'으로 나오는 '구라이시'라는 인물이다. 비유를 하자면 <C.S.I.>의 그리섬 반장 같은 사람인데, 냉철함과 직업적 장인 정신, 인간미를 두루 갖춘 이로 묘사된다. 수사 상황에선 추호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는 대신, 오랜 경력에 의한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게다가 직장내 인간 관계에선 언제나 조직 논리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을 줄 안다. 그래서 형사들은 그를 '교장'이라고 부르며 존경심을 감추지 않는다. 내게도 저런 선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구라이시는 우리가 그리워 하는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실, 난 구라이시같은 상사나 선배를 아쉬워할 때는 지났다. 어느덧 내 자신이 구라이시처럼 되지 못하는 걸 한탄해야 할 처지가 됐다. 관리자가 되면, 사람을 보듬는다는 게 참 어렵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후배나 부하 직원들을 마음 열고 보듬기 위해선, 적어도 그만큼 자기 일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완벽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근데 결정적으로 그 대목이 절망적이니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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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땡깁니다. 전 비슷한 이름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일고 닥터 이라부같은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표지 일러스트가 맘에 드네요.
재밌습니다.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